싱가포르에서 2스타 레스토랑 메타(Meta)를 운영하는 김선옥(Sun Kim) 셰프는 지금도 처음 한우를 맛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한우는 오랫동안 특별한 날의 음식으로 여겨져 왔고, 최근까지도 한국 밖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한국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소고기입니다.
그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했을 때 처음으로 한우를 먹어봤어요. 아버지가 한우 갈빗집에 데려가 주셨는데, 첫 한입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기억은 이제 싱가포르에서도 현실이 됐습니다. 싱가포르와 한국 양국의 오랜 검역 및 수입 승인 절차를 거쳐, 한우는 2025년 말부터 현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고 일부 레스토랑 메뉴에도 등장했습니다. 현재 싱가포르로 들어오는 한우 상당수는 제주산으로, 깨끗한 공기와 화산 토양, 미네랄이 풍부한 지하수가 축산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공급량은 여전히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한우는 여전히 한국 내에서 소비됩니다.
“한우는 매우 섬세한 마블링과 깊은 감칠맛, 그리고 부드럽고 실키한 질감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식재료를 수입하는 소굿케이(SoGoodK)의 대표 올리비아 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생산 과정 자체가 매우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고, 연간 사육 규모도 글로벌 축산 산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입니다.”
싱가포르에 한우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와규와의 비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와규가 프리미엄 소고기의 기준처럼 자리 잡아온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셰프들에게 이 차이는 단순히 마블링이나 풍미의 강도에만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육되고, 어떻게 먹으며, 또 한국 문화 안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까지 포함됩니다.
밭을 갈던 소에서 프리미엄 한우로
“한우에 대해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와규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리는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토종 품종이며, 고유한 풍미와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죠.”
한우는 오랜 세월 한국 농경 사회와 함께해 온 토종 소 품종입니다. 과거에는 고기보다 노동력으로서의 가치가 더 컸고, 밭을 갈거나 물건을 나르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만큼 소고기는 귀한 음식이었고, 주로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품종 개량과 축산 기술의 발전을 거치며, 오늘날 한우를 대표하는 섬세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 깊은 풍미가 자리 잡게 됐습니다. 오늘날에도 한우는 주로 가족 단위의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며, 농가들은 사료와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관리합니다. 곡물과 볏짚, 마블링 형성을 돕는 특수 사료 등을 정교하게 조합해 한우 특유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지방의 질감을 끌어올립니다.
호주나 미국 등 여러 나라로 수출돼 현지 사육이 이뤄지고 있는 와규와 달리, 한우는 여전히 한국에서만 생산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한국성’이 한우 정체성의 핵심이자, 공급이 제한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셰프들은 풍미와 식감에서 분명한 차이를 느낀다고 말합니다. 리에 따르면 일본 와규는 극도로 진한 마블링과 버터 같은 질감으로 유명한 반면, 한우는 보다 깔끔하면서도 소고기 본연의 풍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풍부한 지방감은 충분히 있지만, 고기의 개성이 아주 또렷해요. 직접 맛보면 풍미와 질감의 차이가 금세 느껴집니다.”
김 셰프 역시 그 차이를 보다 감각적으로 설명합니다. “한우는 굉장히 독특한 고기 향이 있어요. 감칠맛도 있지만 약간의 산미도 느껴지고, 지방과 살코기의 균형이 정말 좋습니다.”
싱가포르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내음(Nae:um)의 한석현(Louis Han) 셰프는 한우의 차별점이 조리 방식에도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소의 거의 모든 부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곱창은 구워 먹고, 뼈는 국물을 내는 데 사용하죠. 반면 지금 싱가포르에서는 대부분 스테이크나 구이 형태로 한우를 접하게 되는데, 소비자들이 한우의 품질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SoGoodK
등급이 만드는 차이
한우만의 개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등급 체계입니다. 맛과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의 미식 문화가 그대로 반영돼 있습니다.
한우는 마블링과 지방 색, 육질, 그리고 소의 성숙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되며, 최고 등급인 1++부터 3등급까지 나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차이가 풍부함과 식감, 전체적인 밸런스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최상위인 1++ 등급은 매우 섬세한 마블링과 압도적으로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반면 1+나 1등급은 여전히 뛰어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탄탄한 식감과 상대적으로 담백한 균형감을 보여줍니다.
“결국 차이는 풍부함과 밸런스에 있습니다.” 리는 설명합니다. “1++은 굉장히 부드러운 질감을 주는 반면, 낮은 등급은 보다 진한 소고기 풍미를 강조하죠.”
이처럼 등급과 부위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셰프들은 조리 방식과 메뉴 구성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한 셰프가 특히 강조하는 부위는 꽃등심입니다. “꽃등심, 즉 립아이 부위죠. 아름다운 마블링과 진한 풍미 덕분에 가장 프리미엄한 부위로 여겨지고,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합니다.”
셰프들이 한우를 다루는 방식
셰프들에게 이러한 균형감은 조리의 가능성을 넓혀줍니다. 발효 음식이나 훈연, 강한 시즈닝과도 잘 어우러지면서도 고유의 존재감을 잃지 않기 때문에, 특히 한식의 조리 문법과 좋은 궁합을 보여줍니다.
메타 김 셰프는 숯불에 구운 립아이를 통해 아버지와의 그 기억을 다시 꺼내옵니다. 김치와 피클, 쌈 채소를 곁들인 구성입니다. 숯불 조리는 지방을 천천히 녹여내는 동시에 은은한 훈연 향을 더해줍니다. “한우 지방이 숯에 닿을 때 나는 향을 정말 좋아합니다.”
곁들임 역시 한국식 바비큐 문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산미를 더하는 김치, 대비감을 주는 피클, 그리고 허브 같은 신선함을 더하는 쌈 채소까지, 한입마다 맛과 식감을 다르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한 셰프에게 한우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저희는 마지막 세이버리 코스인 ‘한상(hansang)’에 한우를 사용합니다. 저에게 한우는 한국의 전통과, 재료를 단순하면서도 균형 있게 즐기는 한국적인 방식을 보여주는 식재료예요.”
내음에서는 제주 한우를 옵션 메뉴로 제공합니다. ‘한상’ 코스의 밥 요리에 소량의 제주 한우를 더하고, 더덕구이와 버섯 곰탕, 다양한 반찬과 함께 냅니다. 고기를 중심에 내세우기보다, 전통적인 한 끼 식사의 일부로 풀어낸 구성입니다.
“한국 문화에서는 고기가 매우 귀한 음식이고, 보통 채소와 밥과 함께 즐긴다는 점을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 Nae:um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물론 한우의 해외 진출은 앞으로도 제한적인 속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한국 내 수요 역시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우는 철저히 관리되는 프리미엄 식재료입니다.” 한 셰프는 말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주 빠르게 확장되기보다는 천천히 존재감을 넓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 점이 한우의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수많은 럭셔리 식재료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소비되는 시대에도, 한우는 여전히 특정한 지역성과 고유한 식문화에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 셰프에게 그 연결은 여전히 아주 개인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레스토랑에서 다루는 한우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먹었던 그 한 접시보다 훨씬 정교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하지만 숯불 위의 그 립아이 안에는 여전히 익숙한 감정 하나가 담겨 있습니다.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며 가족과 함께 나눴던 식사의 기억입니다.
결국 첫 한입의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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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메인 사진 © SoGoodK